곤위지(坤爲地)
음의 극한, 극음이라 할 수 있다.
아래도 땅
위도 땅.
모두 양으로만 이루어진 건위천과는 정반대로,
곤위지는 모두 음으로만 이루어진 괘에 해당된다.
(길쭉한 작대기 하나는 양. 짤막한 작대기 둘은 음)
땅을 나타내는 곤(坤), 지(地)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데에서 암시되어 있듯
만물의 근원을 상징한다.
곤위지는 모든 만물이 잉태되는 곳이다.
사람이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듯,
세상 만물은 땅에서 비롯된다.
곤위지는 종종 ‘현모양처’에 비유된다.
가정에서는 헌신하는 어머니이자 아내.
곤위지는 이런 현모양처의 모습을 닮았다.
가정 안에서, 현모양처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가.
집안일이라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조금만 소홀히 해도 크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현모양처들은
하루 종일 집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바쁘게 처리한다.
가족들을 먹이고, 입히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력해준다.
힘들다. 하지만, 힘든 일을 했음에도 그 공적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홀히 처리하면 문제점이 금방 눈에 띈다. 그러니, 쉴 틈이 없다.
그렇기에 늘 힘들고 지쳐 있다.
그렇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늘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한 가정의 현모양처가 아닐지.
즉, 곤위지 괘는
나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고,
자신의 공적을 너무 내세우지 말 것이며,
윗사람에게 따르고,
자신이 맡을 일에 대하여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임을 말하고 있다.
성급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지금 있는 것을 잘 유지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좋다.
남자가 주역괘를 통해 점단하는 중에 곤위지 괘를 얻었다면,
평소 언행에 대해 반성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좀 더 겸허하게 행동하라는 조언일 수도 있다.
반면, 여자가 곤위지 괘를 얻었다면,
남편과 자식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곤위지가 의미하는 것처럼,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묵묵하고 충실하게 잘 이행하고 있다면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강 면에서는 심신이 고단하고 지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로감이 누적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신경쇠약, 노이로제 같은 것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 마음이 안정이 안 될 때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하는데,
그렇기에 이 곤위지 괘는 소화기 계통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땅과 관련된 괘이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부동산과 연관해서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취준생이라면 부동산 계통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을 수 있고,
사업이나 투자를 하려는 사람이 이 괘를 얻었다면, 부동산 쪽이 좋을 수 있다.
그 외에는 현상유지에 힘쓰는 게 낫다.
재운은 넉넉하지 않은데다 쓸 일이 자주 생긴다.
그래도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는 있다.
시험을 준비한다면, 윗사람이나 집안 어른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연애에 있어서는 남녀 모두 유순한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적극적이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이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임산부는 순산할 것이지만, 산후질환을 예방하는 게 좋다.
여행은 약간 미루는 게 좋다.
하지만 단체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큰 문제없다.
소망이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조바심 내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
부지런하게, 끈기 있게 노력한다면
그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요한 대지는 변화가 적다.
변화가 없기에, 어쩌면 침체기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곧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까지 자신을 낮추고, 유연하고 조용하게 행동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순한 마음.
넓은 포용력.
순종하는 자세.
곤위지의 덕은 어쩌면 하늘보다도 높고 넓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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